사는 이야기

별로 안 즐거운 이야기~

몬테 왕언니 2011. 8. 23. 11:22

오늘은 별로 안 즐거운 이야기를 적어요.

난 생일이나 기념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지만, 요즘 우울한 참이라 기분전환용으로 오늘 기념일을 챙길 생각이었어요.

둘째가 곧 개학이라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자동차 엔진오일 교체도 1년째 안 하니 속이 터집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들 차를 몰고 정비소 가서 엔진오일 교체하고 엔진 점검받고 기름도 가득 채웠습니다.
짐 챙겨 떠나는 아들에게
"이제 너는 성인이다. 이제 엄마가 나서서 해 줄 것이 별로 없으니,  생각해서 옳다고 판단되는 일을 하며 중심잡고 살아라. 엄마는 너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운전 조심해서 잘 가라"
끌어 안고 작별인사를 하는데
넓고 튼튼한 등이 듬직하니
이젠 다 컸다 싶네요.
이별은 항상 슬픈 것.....
마음이 허전합니다.

며칠째 계속 약을 먹고, 식이요법을 하는 남편이 상당히 귀찮은데.....
처음에 전립선 문제라고 할 때는 나이먹음 다 생기는 건데 하고 가볍게 생각했어요.
이제 술 안 마시겠다길래 저러다가 좀 나으면 싹 잊고 또 마실테지 하고 무심했는데...
약 영향인지, 다른 병이 있는지 자꾸 어지러워하고 변비, 가스, 통증까지 나타나 걱정됩니다.
인터넷 서칭하며 뭐 뭐 먹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데....
밥상 차려줘도 먹지 말아야 할 것 천지가 되어 버려 도데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괜히 짜증나고 화가 나더군요.
속상해서 손도 안 댄 음식을 다 쏟아버렸어요.

금 간 내 어금니는 여전히 아프고...
치과 치료받고 두가지 약을 일주일 복용합니다.
붓기 빼고 근육 이완시켜서 신경을 안 죽이고 치료해 보자는 의사 말에 따라 당분간 한쪽으로만 씹으며 부드러운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덕분에 음식의 맛도 잘 모르겠고, 먹는 행위가 참 부담스러워 졌어요.

폐경 증세인지 15일째 계속 생리중인데, 얼굴과 목에 열 오르고 땀이 줄줄..
짜증나고 불안정하고 불면이 계속 입니다.
그러니 종일 방에 틀어박혀 있는 남편도 부담스럽고, 매끼니 안먹는 거 천지인 메뉴에 맞춰 밥 주기도 귀찮고, 매일 40도 기온에 hot flash까지 얼굴로 확확 올라오는 걸 참고, 어금니의 통증까지 참으려니 아픈 사람을 챙겨주기는 커녕 짜증만 부리게 됩니다.
비 한방울 안 내리는 땡볕에 누렇게 타들어가는 정원을 걱정하면서 나보고 물 주라고 잔소리까지 하면....
그렇게 가꾸느라 애쓴 정원조차도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나한테 말을 걸어봐야 퇴박만 맞으니 이메일을 보내 왔더군요.
내용은 챙겨먹어야 할 음식리스트
그걸 읽으면서 은근히 미안하고, 이렇게 먹어야 할 것만 주면 간단하겠다 싶네요.
둘이 같이 먹으면 따로 음식할 필요도 없구요.
어지럽고 힘들다면서도 앞뒤 정원에 물 주면서 땀 흘리는 남편의 모습을 보니 없어졌음 좋겠다고 생각한 정원에게도 미안해 지네요.

마트가서 먹어야 할 음식들로 장을 봐다 냉장고에 채워 넣었고, 내일은 산부인과 가서 갱년기 장애 극복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랍니다.
결혼 기념일이니까 저녁식사하러 레스토랑에 가기로 했지요.
가만히 보니 몸이 많이 불편한 모습이라 그냥 집에 있자고 하니 고마와 하네요.
대신 몇일 쉬면서 몸 회복하고 서로 진료받는 것 다 끝내고는 바닷가에 일주일 다녀오기로 하고 비행기표를 예매 했습니다.
몸이 힘든데 꼭 그 날짜에 끼워 맞출 필요 없자나요.

힘든 한 해 입니다.
각가지 사건으로 치안부재의 멕시코 생활이 나날이 불안해지고 살기 팍팍해지고 있어요.
정치적으로도 레임덕 현상이고 정권교체 전의 멕시코적 부조리도 많이 보이고 있어요.
회사 일은 거의 개점휴업 상태라 풀 죽어 집에서 딩굴다보니 남편도 아프고 나도 아픈 건 아닌가 싶어요.
병은 정신적으로 약해져도 찾아든다고 하잖아요.
물론 나이들어 생기는 증세가 대부분이긴 하지만서도...
경제적으로도 기운 빠지고, 건강도 부실하고, 늙는 증세도 나오니 좀 힘드네요.
그래도 기운내서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테니 즐거운 내일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