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2015년의 6월

몬테 왕언니 2015. 6. 18. 06:46

땀을 줄줄 빗물처럼 흘리며 앉아 있는 오후입니다.

몬테레이 오래 살았는데 이처럼 습하고 끈적이는 6월은 처음입니다.

우스갯소리로 기아차가 들어와서.. 한국사람들이 많이 와서 기상이변이라고들 합니다.

조지아에 공장 지을 때도 눈문제가 역사적으로 없던지라 제설차 하나 안 갖춘 동네에 눈이 펑펑 쏟아져 공장준공후 쯤에는 미국뉴스에 자기들도 제설차를 갖췄다고 자랑스럽게 보도되었다는 말도 전해들었어요.

몬테레이도 이처럼 비가 많이 오고 습한 적이 없다보니 지난 10년간 내린 비보다 올해 내린 강우량이 더 많다고들 합니다.

기상이변이지만 오비이락이라고 그냥 그렇게 말합니다.

 

멕시코사람들은 그런건 모르니까 마야에서 말한 지구종말론이 바로 기상이변을 의미한거구나...

서서히 기후가 변해 이제 이렇게 나타나는구나 합니다.

뭐든 난 덥고 끈적이고 힘듭니다.

관절통을 느끼는지라 해안가에서는 절대로 안산다고 툴룸에 호텔짓고 살자던 남편의 제안도 뿌리치고 난 무조건 건조한 몬테레이나 로스 카보스정도를 고려하지만 미국 가까와 몬테레이 안 떠난다고 했는데..

요즘 같아서는 다른 곳으로 이사해야하려나 좀 고민됩니다. ㅠ

갱년기 장애로 혼자 덥구나 생각하기에는 주변 사람들도 다들 덥고 끈적이고 힘들다하니 꼭 나만의 문제는 아니지 싶네요.

 

세월은 참으로 잘 흘러 어느새 6월도 중순..

큰집 깔고앉아 이곳이 나의 무덤이거니 받아들이고 매년 봄마다 수리하며 살기편한 환경으로 유지보수를 하는데..

올해는 시기가 늦어져 요즘 부산을 떱니다.

덜덜거리는 천정팬도 교체하고, 세워쓰던 선풍기도 다 치우고 방방이 새로 천정팬을 다느라 천정을 헐어 새로 배선공사도 하고 먼지속에 설치끝내 잘 사용하고 있으나 마감공사가 숙제로 남아 있네요.

종종 막혀 뚫어야했던 변기도 새걸로 교체하고 질질 새는 개수대도 손봤는데 며칠 지나니 또 새서 다시 뜯어야 하네요 ㅠ

정원의 작은 연못의 펌프가 고장나 (실은 럭키가 물어뜯은 거지만) 물이 고여있다보니 썩고 개구리와 물뱀이 전쟁후 전부 전사한지라 시체가 둥둥 떠있어 다 퍼내고는 저걸 없애야하나 어쩌나 고민스럽게 바라봅니다.

흙을 퍼붓자는 의견에 그럼 비올때마다 진흙창이 될텐니 안되고... 걷어내자니 일이 크고.. 일단 비워둡니다.

덱의 난간이 뒤틀려 교체해야하고 럭키 못들어오게 문도 해달고 고압청소기로 청소도 해야하고 니스칠도 새로 해야하는데...

구석구석 정말 할일도 많네요.

하나씩 하는 재미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기운이 부치니 큰 숙제로 보이기만 하니 문제네요.

즐기며 성취감 느끼는 내 놀이공간이 우리집인데 말에요~

 

아침에 공장에서 키우던 큰아들이 입양한 강쥐 보비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맘이 짠합니다

난 한번밖에 못봤지만 거의 매일 인사한 남편은 많이 속상해 합니다.

난 럭키에게 벼룩방지약을 투여했어요.

갑자기 우리 럭키를 더 잘 돌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미루고 있던 약투여를 한거지요.

덩치가 너무 커서 힘들지만 그동안 두번의 생리를 한 럭키가 제법 성숙해지고 행동도 조신해져서 한결 수월하고 자랑스러울만치 아름다운 자태를 보입니다.

눈부신 청춘의 나이인가 봅니다.

젊음 그 자체가 인간이나 동물이나 그저 아름답게, 눈부시게 느껴지는건 내가 이제 지는 해라서 그런가 봅니다.

나 역시도 젊은 때가 있었고 그땐 그 아름다움을 잘 모르고 지나왔으니 우리 아이들도, 우리 럭키도 본인은 모르겠지요?

바라만 봐도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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