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강쥐데리고 개울에 놀러갔어요

몬테 왕언니 2016. 3. 27. 15:18

부활절 휴가기간인데 시댁식구들은 다들 멕시코시티로 가서 관광하는 모드지만 가족기업을 책임지는 남편은 어떻게든 미수금을 받으려고 쫒아다녀야해서 우리만 집에 남아 있습니다.

항상 집정원에서 둘이만 놀고 있는 우리 강아지들에게 콧바람이라도 쐬어주자며 근처 강가로 갑니다.



강아지들이 우리 옆에 붙어 따라다니므로 우리도 강으로 들어가야 했답니다. 

  


럭키는 물을 참 좋아해서 강에 가면 신나라 합니다.

 


티후아나 태생인 니뇨는 원래 물을 무서워하는 애라 쉽게 물에 안 들어갑니다.

결국 내가 강 한가운데로 가니 조금씩 따라 들어옵니다.

 

 

 

우리동네에는 한국 시골에 흐르는 개천같은 강이 여러군데 있어요.

물이 많을 때는 제법 수심도 깊고 물살도 세서 여기가 개울이 아니고 강임을 실감하게 하는 곳인데 풍광이 좋아서 10분정도 운전해야 하는 이 강을 제일 좋아합니다.

바로 집근처 걸어서 갈 수 있는 개울이 있는데도 말이지요.



니뇨는 아주 질투쟁이라 럭키랑 놀고 있으면 살금살금 다가옵니다.

물이 문제가 아니라 질투가 더 큰 문제인거지요 ㅎㅎ



한번 쓰다듬어주니 이제 됬다며 다시 물밖으로 나가는 니뇨.. ㅎ

 


럭키는 이제 깊은 여울도 신나게 수영하며 즐깁니다.

강 전체가 나와바리가 되어 마음대로 뛰어다니고 헤엄칩니다.

 


제일 깊은 곳에 니뇨를 던져넣으니 허부적대며 헤엄을 아주 잘 칩니다.

몇번 반복하니 금새 수영선수가 됩니다.

 

 

남편은 럭키가 모성본능으로 니뇨를 구하려 하는거라고 생각하고 나는 럭키가 니뇨를 시샘해 저러는 거라고 동상이몽을 하면서 바라봅니다.

그런데 니뇨가 깊은 물에 가서 허우적거리기만 하면 바로 다가가 목을 물어 꺼내주는 듯한 모습이라 남편의 해석이 맞지 싶기도 합니다.

 

 

젖은 털도 말릴겸 강가의 자갈길을 한참 산책합니다.

덕분에 나도 운동 잘 합니다.

저렇게 좋아하는데 종종 데리고 다닐걸.... 하는 남편의 말에...

자식들도 키우는 동안 함께 놀아주지 않던 아빠였는데 뭘 새삼스럽게... 하고 답합니다.

좀 후회하는 듯한 모습에 괜히 말했나? 싶네요.

멕시코 아빠들은 대부분 어린 자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같이 놀아주는데 남편은 권위적이고 공급자적 역활만 했기에 그런 말을 했지만, 한국의 그나이의 아빠들 평균보다 훨씬 많이 애들과 놀아줬어요.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므로.....

강쥐덕분에 오래전에 지나간 육아에 대한 대화까지 나온 하루였네요.